커피 한 잔 값, 평균 4000~5000원. 매일 아침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려면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필요하지만, 고작 3년 차 기자의 지갑에 적잖은 타격을 준다. 10년 전만 해도 국밥 한 그릇 값이던 돈이 이제는 커피 한 잔 값. 국밥 대신 커피를 먹고 사는 세상이 왔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준 건 ‘저가 커피 브랜드’다. 솔직히 이 브랜드들이 없었다면 이미 카드값 연체로 기사 대신 푸념을 쓰고 있었을지 모른다. 큰 컵에 착한 가격, 손에 들고 있으면 괜히 든든하다. 마치 절약에 성공한 위대한 소비자인 양 뿌듯하기까지 하다.
이제는 출근길만 나서면 노란 간판부터 눈에 띈다. 메가MGC, 빽다방, 컴포즈커피. 골목마다 “어서 와~ 싸게 줄게~” 하고 손짓하는 듯하다. 덕분에 아침마다 고민도 늘었다. “오늘은 누구 집으로 갈까?” 어디를 들어가야 ‘진짜 가성비’ 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이 결국 이 기사로 이어졌다.
‘저가 커피 3대장’으로 불리는 메가MGC커피, 빽다방, 컴포즈커피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직접 사서 얼음을 탈탈 털어냈다. 남은 액체를 ml 단위로 측정했다. 다만 이는 일부 매장을 기준으로 한 실험으로, 매장별 제조 방식이나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결과는?
메가MGC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4온스 컵(약 710ml)에 담겨 나온다. 가격은 아이스 기준 2000원. 얼음을 제외한 실제 액상은 약 500ml다.
빽다방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메가커피와 같은 24온스 컵(710ml)을 사용한다. 하지만 얼음을 제외하고 액상만 남기면 약 450ml 수준이다. 가격은 메가MGC커피와 2000원으로 동일하다.
컴포즈커피는 20온스 컵(약 591ml)으로 제공되며, 가격은 1800원이다. 가격만 보면, 세 브랜드 중 가장 저렴하다. 얼음을 제외한 액상은 약 450ml로 빽다방과 같은 수준이다.
같은 컵을 쓰는 메가와 빽다방이지만, 실제 커피 양은 메가가 더 많다. 가격이 같으니 양 대비 가성비는 메가가 우위다. 반면 컴포즈는 컵 크기는 작지만 액상은 빽다방과 동일하다. 여기에 가격은 200원 저렴하다. 즉, 보이는 크기보다 실속을 따지는 소비자라면 컴포즈가 가장 합리적일 수 있다.

용량만으로 브랜드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각 사는 저마다의 전략과 색깔로 소비자를 붙잡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저가 커피 시장의 대표 주자다. 전국 매장 수만 3873개다. 접근성 하나만큼은 편의점급이다. 단순히 대용량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헛개리카노’ 같은 독특한 메뉴로도 존재감을 뽐낸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대표 메뉴인 ‘메가리카노’는 큰 사이즈와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전달하고 있다”며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가성비와 만족감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가맹점의 수익성 유지와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빽다방은 더본코리아 매출의 40%를 책임지는 효자 브랜드다. 현재 전국 1845개 매장을 운영하며 원조커피와 빽스치노, 사라다빵 같은 달달한 메뉴로 충성 고객을 단단히 붙잡았다. 단순히 아메리카노 양만 재는 게 무의미해지는 이유다.
빽다방 관계자는 “뉴크롭 생두와 브라질 스페셜티 원두를 블렌딩해 풍미를 강화하고, Q·S·C 점검을 통해 서비스와 위생 품질을 높이고 있다”며 “빽스치노, 사라다빵, 지역 농산물 음료 등 차별화된 메뉴를 지속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컴포즈커피는 ‘작지만 알찬’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든다. 매장 수 2998개로 메가커피를 바짝 추격 중이다. 20온스 컵이라 작아 보이지만 액상은 빽다방과 같고, 가격은 200원 더 싸다. 그야말로 ‘작은 거인’이다.
컴포즈커피 관계자는 “자체 로스팅 공장을 통해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두를 공급하며, ‘비터홀릭’ 블렌딩으로 깊은 풍미와 품질을 강조하고 있다”며 “고품질 원두와 맞춤형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실험 결과, 커피양은 달랐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한두 모금 차이다. 누군가는 “컵은 무조건 커야 한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200원 아껴 과자 하나 더 사 먹는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건 작은 용량 차이 보단 각 브랜드가 가진 개성과 소비자의 취향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커피 한 잔은 생명수이자 작은 여유, 혹은 하루를 여는 의식이다. 어떤 선택이든 그 안엔 저마다의 만족이 있다. 어쨌든 오늘도 우리는 아메리카노를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