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앳된 얼굴에 바짝 당겨 묶은 머리, 50분 내내 흐트러짐 없이 곧은 자세, 상대에게 모친을 ‘어머니’로 지칭하는 예의까지. 16살 난 배우 최유리는 ‘확신의 모범생’이었다. 자기 딸을 최유리처럼 키우고 싶다던 배우 조정석의 말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최근 서울 가산동 쿠키뉴스 사옥에서 만난 최유리는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착실히 감사 인사를 하고 다닌 이유를 조곤조곤 말했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다. 극중 최유리는 보아의 ‘넘버원’(No.1)과 할머니의 효자손에 반응하는 깜찍한 좀비 수아로 분했다.
문자 그대로 타이틀롤이다. 최유리는 아빠 정환 역 조정석, 할머니 밤순 역 이정은과 탁월한 케미스트리를 뽐내며, 작품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이지 않나. 제게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게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최유리는 당초 원작 웹툰 팬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고 더욱 “깜짝 놀랐다”고 한다. 동시에 긍정적인 욕심도 생겨났다. 원작에 담긴 수아의 사랑스러움을 꼭 살리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보통 좀비물에서는 좀비의 공격성에 집중하는데, ‘좀비딸’에서는 좀비가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사랑스럽고 귀엽게 그려져요. 수아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었고요. 실사화하면서 이 매력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작중 대부분을 좀비로 있다 보니, 소화할 대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크르릉’ 같은 소리를 내는 정도였다. 연기하기에 난해한 인물임은 분명했다. “그간 시도해 보지 않은 연기라 어렵기도 했다”는 최유리는 강아지와 고양이에서 착안해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좀비 상태니까 말은 못 해요. 그래서 수아의 감정 상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수아라는 캐릭터를 완성할 때 반려동물을 참고했는데요. 반려동물은 본인이 요구하는 것을 몸짓으로 표현하잖아요. 그런 지점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수아 자체에 동화되면서부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좀비가 아닌 소녀 수아는 춤에 진심이었다. 교내 댄스 경연 대회에 나가기 위해, 문을 꽉 닫은 방 거울 앞에서 매일 ‘넘버원’ 안무를 연습했다. 최유리도 그래야만 했다. 심지어 몸치였단다. 하지만 스크린에서는 ‘몸치 최유리’를 찾기 어려웠다. 4개월 넘게 착실히 연습했다는 그다.
“처음에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꼈어요. 춤이 중요하니 잘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안무 선생님과 좀비 (동작) 트레이닝을 병행하면서 춤을 꾸준히 배웠어요. 마지막으로 춤추는 장면에서는 처음보다 더 밝고 능숙해야 했는데, 잘 찍고 싶어서 많이 연습했어요.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요.”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조정석, 이정은, 정환 친구 동배 역 윤경호는 현장에서 최유리가 가장 어른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반응을 전해 들은 최유리는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 제가 경력이 적은 편이니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구했다. 정말 가족같이 지냈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똘똘한 눈을 하고선 어떤 질문에도 정답만 내놓는 비결은 역시나 가정교육이었다. “현장에서 감독님, 배우분들, 스태프분들께서 잘 챙겨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에 인사드렸는데, 어른스럽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 같아요. 칭찬을 바란 건 아니지만 좋게 봐주셔서 매번 감사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예의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늘 부모님께서 가르쳐 주셨어요.”
태도 면에서도 모범생이지만, 타고난 ‘연기 모범생’이기도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끼가 흘러넘친 최유리는 주변 제의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드라마 데뷔작 ‘아이가 다섯’에 참여했던 7살 무렵, 배우가 자신의 “천생 직업”임을 직감했단다. 범상치 않은 면모다.
“어느 순간 연기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이 직업을 꾸준히 사랑했어요. 고단할 때도 있지만 연기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커요. 하면 할수록 캐릭터와 동화되는 부분이 재밌어요. 완벽하게 변신했다는 느낌이 들 때면 뿌듯하고요. 지금도 앞으로도 스크린 너머 시청자분들이 작품 속 상황에 함께 계신 것처럼 여운과 울림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