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현금 대신 조선업…관세협상 운명 가를 72시간 돌입

韓, 현금 대신 조선업…관세협상 운명 가를 72시간 돌입

조선업 협력, 협상 지렛대 역할
美조선업 투자·금융 묶은 패키지
李대통령 “국익 최우선”

기사승인 2025-07-29 06:00: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남서부 턴베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주보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약 1시간 동안 회담한 뒤, EU와 15% 상호관세를 골자로 하는 관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미 간 상호관세 협상 시한(8월 1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정부가 사실상 벼랑 끝 담판에 돌입했다. 미국이 유럽연합(EU), 중국과의 협상을 앞세워 한국과의 협상을 후순위로 배치한 가운데, 정부는 마지막 협상 카드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제시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최우선” 원칙 아래 전 내각과 대통령실이 원팀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지시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같은 대통령의 방침을 공유했고, 강유정 대변인은 “폭염을 식히는 단비처럼 이번 관세협상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시원한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뜻이 전달됐다”고 전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측의 압박이 매우 거센 것이 사실”이라며 “농축산물 개방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 폭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단순히 관세·비관세 장벽 해소를 넘어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등 안보 이슈까지 포함한 ‘안보-통상 패키지 딜’을 추진 중이다. 우 수석은 관련 질문에 대해 “그 문제도 협상 목록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시한 관세 인하 조건이 간단치 않은 가운데, 정부는 ‘MASGA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MASGA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징적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차용해 미국 조선업의 부흥을 목표로 한미 간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에는 한국 조선업체들의 대미 투자와 함께,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금융기관의 대출·보증 지원이 포함된다. 총 투자 규모는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 카드를 통해 일본과의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선지급 투자를 약속하며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이에 한국은 단순한 현금성 투자 대신 실질적 산업 협력 모델인 조선업 연계를 내세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세계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조선업 재건이라는 전략과 맞물려 협상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해군력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조선업 기반 확보는 불가피한 입장”이라고 했다. 

정부는 시한까지 남은 사흘 동안 미국 측과의 실무 협의를 마무리하고, 오는 31일 워싱턴에서 열릴 협상을 사실상 최종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8~29일 스웨덴에서 중국과 고위급 무역 협상 일정을 소화함에 따라, 한미 양국이 대면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30일과 31일 단 이틀뿐인 상황이다.

강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은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 냉철하고 차분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대미 관세협상에서 가장 큰 기준은 '국익'이다. 정부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