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호, 2절이 궁금해 [쿠키인터뷰]

윤경호, 2절이 궁금해 [쿠키인터뷰]

영화 ‘좀비딸’ 주연 배우 윤경호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29 06:00:10 업데이트 2025-07-29 08:49:38
배우 윤경호. NEW 제공


별명 ‘1절만’은 진짜였다. 웹예능 ‘핑계고’ 속 유쾌하고 진솔한 모습 그대로였다. 도입부부터 브리지까지 꽤 긴 1절이었지만, 마성의 매력 덕분인지 50분이 짧게 느껴졌다. 어쩐지 2절도 이어 듣고 싶은 배우 윤경호를 28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 마주한 윤경호는 상기돼 있었다. 올 초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 ‘유림핑’, ‘항블리’라는 애칭을 얻으면서 큰 사랑을 받은 데 이어, 이미 호평 일색인 영화 ‘좀비딸’ 개봉을 앞둔 덕분이다. 여기에 작품 홍보 차 방문한 ‘핑계고’에서의 활약까지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좀비딸’의 높은 예매율에 ‘조정석 효과’가 작용했다고 보면서도 “지분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수줍게 덧붙였다. “설레면서도 조마조마해요. ‘중증외상센터’부터 지금까지 하는 것마다 사랑을 주셔서 들뜨기도 하는데 두렵기도 해요. 언제까지 저를 이렇게 좋게 봐주실지, 얼마나 기대해 주실지, 이러다가 실수하진 않을지, 그런 염려가 있어요. 그렇지만 정말 기뻐요.”

그야말로 전성기다. 작년까지만 해도 당장 행사에서 마이크를 들 기회조차 적었고, 올 상반기는 자의 반 타의 반 휴식기를 가질 뻔했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쉬기로 한 기간은 꽉 채워 일하게 됐고, 윤경호를 보기 위해 취재진이 몰린다. 얼떨떨하지만 감사한 요즘이다. 그는 이러한 관심에 “조정석 씨와 있으면 당연히 조정석 씨에게 반응이 더 뜨거울 텐데 요즘 체감하기로는 비슷한 것 같다”며, 그다운 너스레로 화답했다.

“‘중증외상센터’가 나오기 직전만 해도 약속된 작품이 5개월 이후에 있었어요. 1월부터 4월까지는 작품이 없었어요. 겸사겸사 쉬려고 했는데, 애가 둘이니 조바심이 나기도 했죠. 그런데 갑자기 반응이 뜨거워지더니, 특별출연 제안이 많이 오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었죠. (이 현상을) 해석할 수가 없었어요.”

윤경호는 ‘좀비딸’로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좀비딸’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가 된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하는 아빠 정환(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코믹 드라마다. 윤경호는 정환의 친구 동배 역을 맡아, 조정석과 함께 코미디의 중심축을 담당했다.

“조정석 특유의 코미디도, 감성 연기도 좋아하는데요. 굉장히 다양한 눈빛이 있어요. 눈으로 대사를 전달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항상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이 중의적으로 섞여 있는데, 때때로 따라 해보고 싶을 정도예요. 그리고 원톱 배우로서 내놓은 영화가 두 편이나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한 사례를 보면, 이 부분을 저만 느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 연기해 보니, 눈으로 말하는 힘이 뜨거웠달까요. 상응하는 불꽃을 주고 싶어서, 저도 눈에 힘을 주고 연기했어요(웃음).”

배우 윤경호. NEW 제공


하지만 윤경호의 열정은 필감성 감독의 단호한 디렉션에 번번이 꺾였다.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지향하며 필 감독과 의기투합했지만, 연기 구멍 하나 없는 현장에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던 탓이다. 필 감독에게 거듭 제지당하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 완성도는 높아졌고 팀워크는 끈끈해졌다.

“‘정말 이렇게 넘어가도 되나’, ‘아무것도 안 해서 보이지도 않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린 건지 자꾸 뭘 하려고 했어요. 알겠다고 하면서도 몹쓸 애드리브가 떠올랐죠. 감독님이 제 차례만 되면 ‘그거 안 하실게요’라고 하시니까 주눅이 들었어요. (조)정석이가 눈치가 빠르니까 좋았다고 토닥여주고, (조)여정이도 편집실에서는 분명히 웃는다고, 더 해보라고 힘을 줬어요. 그래서 하면 또 ‘안 하실게요’ 하셨죠. 어느 순간 ‘내가 지나친 부담을 느끼고 있었구나’ 깨달았어요. 한 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도 같아요. 그걸 뚝심 있게 눌러주신 거고요.”

우려와 달리, ‘좀비딸’에서 윤경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특히 그의 말대로 ‘킥’이었던 토르 분장은 상영관을 발칵 뒤집어놨다. 그는 원래 토르가 아닌 ‘할리퀸’이었다는 비하인드를 전해, 인터뷰 현장마저 웃음으로 물들였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어요. 코스프레를 하면 놀이동산 입장료를 30% 할인해 준다고 동배가 할리퀸을 선택할까. 타당성을 찾으려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러다가 토르 이야기가 나왔어요. 분장팀에서 영혼을 갈아서 가발을 되게 비싼 걸로 맞춰주셨어요. 하지만 응봉리에서 나올 수 있는 가발인가 싶어서, 수염이나 장화로 톤다운시켰죠. 금발과 근육질 몸매가 꽤 잘 어울려서 많이들 놀라셨어요.”

캐릭터의 행동 하나하나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 성정인 모양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기회들이 어디에서 기인했을지, 스스로 묻지 않았을 리 없다. “후배들이 ‘선배처럼 계속 작품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늘 물어봐요. 저도 답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타이밍은 다르지만 분명히 기회가 오고, 이 기회를 잡으려면 준비돼야 한다고 대답해요. 저도 이 운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온 동안에는 만끽하려고 해요. 다만 운이 떠나갈 수 있다고, 항상 각오하고 똑같이 성실하게 임하려고 합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