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이 없는 일부 공항에서 필요한 경우 소화제 등 의약외품을 안내데스크에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열진통제나 감기약 등 안전상비약은 비치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여전히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약국 없는 공항의 안내데스크에 의약외품을 비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판매 형태가 아닌 여객이 요청할 때 제공하는 방식”이라면서 “관리대장을 따로 쓰고 있지 않아 총 몇 건을 제공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제 제공한 사례는 있다. 앞으로는 실적도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약국이 없는 공항은 전국 15곳 중 10곳에 달한다. 대구, 울산, 무안, 광주, 여수, 포항, 양양, 사천, 군산, 원주 공항은 항공편이 많지 않아 상가 수익성이 낮다 보니 약국 입점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제6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약국 없는 공항에 임산부·영유아용 보건위생용품 구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고위에 “아이가 배탈이 났는데, 공항에 약국이 없어 힘들었다”는 민원이 접수되자 국토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약국 없는 공항에 비치된 보건위생용품은 습윤밴드, 붕대, 소독제 등이다. 소화제도 구비하고 있지만, 의약외품이다. 의약외품은 의약품에 비하면 인체 작용이 경미하다. 부작용은 적지만 효과도 그만큼 약하다. 소화제로 흔히 알고 있는 까스활명수나 베아제, 훼스탈, 베나치오 등은 일반 의약품에 해당해 안내데스크에서 제공받을 수 없다.
공항 구비 품목에서 안전상비약을 제외하면서 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 소화제 등은 여전히 구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안전상비약은 의약품으로, 여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선 법이나 고시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은 약사법 제44조에 따라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안전상비의약품도 ‘24시간 연중무휴 점포’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등록 기준을 갖춰야 판매가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상비의약품 제공도 검토했지만, 복지부 법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막힌 점이 있다”면서 “현재 약국 없는 공항에서는 의약외품 범위 안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약사가 아닌 자에 의한 의약품 제공은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개 공항 모두 약 3㎞ 내외 거리에 약국이 위치한다. 탑승 후에는 항공사가 항공기 내부에 비치한 구급의료용품, 비상의료용구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장소에서의 의약품 취급에 관한 지정고시’에 공항을 포함하면 안전상비약 취급을 할 수 있지만, 관련 협의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항은 특수장소로 지정된 곳이 아니다”라며 “상비약 구비와 관련해 국토부나 저고위와 협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2년 21대 국회에서 국내 공항과 항만시설에서 안전상비의약품 구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상당수 국내 공항이나 여러 항만의 여객시설 등에 연중무휴 등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기준을 충족하는 점포가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의료취약지역 문제,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상비약 판매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해당 법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