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꽈당’ 할 일 없게…서울 자치구, 보도 침수 예방 ‘총력’

빗속에서 ‘꽈당’ 할 일 없게…서울 자치구, 보도 침수 예방 ‘총력’

기사승인 2025-07-18 06:00:08
16일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로 이동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장화를 신었는데도 미끄럽더라고요.”

빗물에 젖은 길 위에서 거북이걸음을 하는 건 비단 차량만이 아니다. 매일 버스를 이용해 수원에서 서울로 출근한다는 김모(30)씨는 “버스정류장까지 천천히 걸어오느라 평소보다 늦었다”며 “답답해도 넘어지지 않으려면 그렇게 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거센 비가 쏟아지면서, 빗길은 보행자들에게도 미끄러져 넘어지기 쉬운 사고 위험지가 됐다.

폭우로 인도가 침수되면 낙상 사고 위험은 더 커진다. 물에 젖은 바닥 자체가 평소보다 미끄러운 데다 유속의 영향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기록적인 집중호우 당시에는 전국 도로 296곳(7470m)이 침수됐다. 직전 연도(189곳·2341m) 대비 107곳이 늘었고 피해 규모 또한 3배 이상 커졌다. 도로가 차도와 보도를 모두 포함하는 만큼 당시 보행자들의 부담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서울 자치구들은 빗속에서도 안전한 길거리를 만들기 위해 기초적인 도로 정비부터 자동 빗물받이 설치까지 다방면으로 대비를 마친 상태다.

먼저 광진구는 우천 시 물 고임 현상으로 인한 보행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총 300곳의 보도 정비를 끝마쳤다. 구는 군자역 사거리 등 교통 요지와 버스정류장 구간 등 보행자의 통행량이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정비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보도와 차도 간 단차로 빗물이 고이거나 보행 중 낙상 사고가 우려되는 곳은 보도 진입부의 경사를 완만하게 조정했다.

이에 더해 보행 공간으로 유입되는 빗물을 빠르게 배출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 등 측구에 수로관을 설치하고 노후 보도블록도 교체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보도블록이 노후하면 조금씩 침하되다 보니 턱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평탄성이 떨어지면 군데군데 물이 고이게 된다”며 “주민들의 (보행 불편 관련) 민원에 귀를 기울여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보수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중구는 ‘중구형 스마트 빗물받이’를 도입해 시장과 초등학교 일대 등 총 20곳에 시범 설치했다. 이 빗물받이는 기존과 달리 평소에는 덮개가 닫혀 있어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한 막힘을 예방한다. 우천 시에는 태양광을 이용해 덮개가 열려 빗물을 하수관로로 흘려보내며, 비가 그치고 덮개를 닫는 일은 주민이 직접 관리한다.

중구형 스마트 빗물받이는 제품 규격이 자유롭고 설치 위치 제약도 적어 간선도로와 이면도로 등 다양한 장소에 설치가 가능하다. 구는 시범 운영 과정 중 만족도와 효과를 분석해 중구형 스마트 빗물받이를 관내 전역으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마포구 또한 빗물받이 2만5237개를 청소하고 물관리과 기동반과 수방 민간용역 20명, 동행파트너(돌봄공무원) 등 대응 인력 출동 준비를 마쳤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16일 성산동 설렘길 일대 나무덱 구간을 찾아 침수나 파손 위험 요소가 없는지 살피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주택가 및 이면도로 주변 빗물받이 덮개를 철저히 제거해 침수 예방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주민 통행 안전 확보를 강조했다.

전문가는 외출 시 슬리퍼 착용을 지양하고 빗물이 흐르는 구간을 최대한 피해서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보행 시 물줄기와 역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수압에 의해 넘어지기가 쉽다. 

박경진 인제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보통 여름철에는 슬리퍼를 많이 신고 다닌다”며 슬리퍼를 비롯한 밑창이 닳은 신발은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박 교수는 “특히 고령자들은 하체 힘이 약해 빗물이 조금만 흐르는 길에서도 쓰러질 수 있다”며 “비가 많이 올 때는 보호자를 대동해 안전하게 걷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