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배송’ 명과 암…속도 경쟁에 가려진 노동 현실

‘7일 배송’ 명과 암…속도 경쟁에 가려진 노동 현실

CJ대한통운‧한진‧롯데 등 올해부터 ‘주7일배송’ 도입 시작
백업기사‧순환근무 체계 등 있어도 현장 어려움은 여전
정치권‧노조 한 목소리…‘작업중지권’ 등 업계 변화 움직임

기사승인 2025-07-18 06:00:06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가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쿠키뉴스

일주일 내내 원하는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인 택배기사들의 처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 일부 기업들이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택배기사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와 유통업계의 경쟁이 라스트마일 배송으로 확산되며 소비자 일상은 물론, 산업 전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택배사와 손잡고 ‘주 7일 배송’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2014년부터 ‘로켓배송’을 통해 7일 배송 시스템을 정착시키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뒤늦게 추격에 나선 택배사들도 올해 본격적으로 주 7일 배송에 돌입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월부터 7일 배송을 시작했으며, 한진택배는 4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존 토요일 한정이었던 주말 배송을 일요일까지 확대한 ‘일요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배송하는 ‘약속배송’을 확대하고, 이후 7일 배송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백업기사’ 같은 대체 인력을 투입하거나 의무 휴무제, 스케줄‧순환 휴무 체계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름철 기후 악화와 같은 변수에 취약한 작업환경에서는 이러한 제도들이 실질적인 보호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7일 배송 체계가 안착하려면 대체 인력 확보가 핵심인데 원청에서 직접 인력을 고용해 투입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현장에서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거나 용차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더라도 일부 대리점에서는 기사들이 평일에 쉬고 주말에 근무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7월 초에는 폭염 속에서 택배기사 3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낮 기온은 최고 35도를 넘고, 습도는 90%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택배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산업안전보건법의 핵심 규정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며, 휴식 체계나 보호 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17일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경우,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택배노조는 ‘과로사 대책 이행 점검단’을 발족하고 현장 노동환경을 직접 조사하며 제도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택배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CJ대한통운은 민간 택배사 중 최초로 택배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 휴일 보장과 작업환경 개선 등에 합의했다. 고용부의 산안법 개정안 발표 이전에 이미 ‘자율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한진택배는 폭염에 따라 일부 지역 배송 지연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고 택배기사의 탄력적 근무 운영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택배업계는 과거 급격한 수요 증가에 전국 물류망을 빠르게 확장해왔고 그 과정에서 본사, 대리점, 택배기사로 이어지는 위탁고용 구조가 정착됐다”며 “이에 과로, 산재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웠고 본사와 택배기사 간 소통도 초창기에는 원활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일부 업체들의 변화가 업계 전반 분위기에 유의미한 자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