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기업공개(IPO)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신사는 이르면 이달 말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기업공개(IPO)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신사는 이르면 이달 말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최대 10조원까지 평가하고 있다.
무신사의 상장 추진 배경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투자자들의 지분 회수(엑시트)와 미래 성장 재원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이 동시에 얽혀 있다. 지난 2019년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IMM인베스트먼트와 세콰이어캐피탈이 참여한 시리즈B 1300억원, 2023년 KKR 주도 시리즈C 2000억원 이상을 추가 유치했다. 지난해엔 IMM인베스트먼트가 무신사 구주100억원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처럼 다수의 글로벌 투자자가 자금을 투입한 만큼, 이번 상장은 무신사뿐 아니라 벤처투자 업계 전반에서도 이목이 집중되는 이벤트다. 무신사의 IPO는 패션 플랫폼 업계 최초의 대형 상장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상징적이다. IB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IPO 적정성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을 앞두고 본격적인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무신사는 IPO를 기점으로 글로벌 확장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지난달 열린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에서 “지금이야말로 K-패션의 글로벌 진출 적기”라며 “음악, 드라마, 영화, 뷰티, 음식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패션만큼은 아직 두드러진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K-패션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전략적 동반자가 필요하며 무신사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무신사는 2022년 가을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한 이후 현재 13개국에 진출, 연평균 260%에 달하는 고성장을 기록 중이다. 일본에서는 현지 브랜드 유통을 전담하며 물류 효율을 높이고, 미국에서도 독립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시장도 공략한다. 최근 중국 최대 패션기업 안타스포츠는 무신사차이나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무신사와 안타스포츠가 각각 60%·40%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로, 하반기 중국 상하이에서 첫 오프라인 매장 출점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싱가포르·태국 등 동남아 주요 거점국에도 순차적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LS증권 오린아 연구원은 “한국 소비재 업종 내에서 K-패션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디자이너 브랜드는 명품 대비 합리적인 가격과 SPA 브랜드 대비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MZ세대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무신사 플랫폼 내에서 연간 거래액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브랜드 수는 2020년 대비 올해 3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연구원은 “이런 토종 브랜드들이 성장한다는 것은 곧 무신사 같은 버티컬 플랫폼이 함께 커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소비 침체 등으로 국내 패션 기업들이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무신사는 글로벌 확장과 브랜드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지난 4~5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진행한 상반기 최대 프로모션 ‘무진장 2025 여름 블랙프라이데이’에서는 10일간 누적 판매액이 전년보다 20% 이상 늘어 24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수료 중심의 현 수익 모델만으로는 10조 밸류 방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PB(자체 브랜드) 강화와 해외 매출 본격화가 핵심 과제로 꼽히며, 현지 브랜드와의 협업(콜라보) 제품, 단독 상품 등 고마진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따른다.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 플랫폼들과의 차별화 전략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카카오스타일, 브랜디, 지그재그 등은 가격, 물류, UX 등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신사는 이에 맞서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와 커뮤니티 기반 콘텐츠 운영으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업계는 이번 IPO가 무신사가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이후에도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안착 여부와 추가 해외 거점 확보, 그리고 재투자 계획이 기업가치 유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에서 현지 기업과의 시너지 모델이 실질 매출로 이어지느냐가 향후 몸값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