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잔이나 마셨는데 굿즈는 못 받았습니다. 이게 무슨 이벤트인가요. 선착순이라면 최소한 전체 물량이라도 공개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10여 년 전부터 스타벅스 e-프리퀀시 이벤트에 참여해 온 유모(33)씨는 올해도 프리퀀시를 모두 모았지만, 여전히 굿즈를 받지 못했다. 예약 오픈 시간에 맞춰 앱에 접속했지만, 대부분 매장은 이미 재고가 거의 없었다. ‘전국에 단 하나’ 남은 물량조차 시스템상엔 ‘재고 있음’으로 표시돼 헛수고만 반복했다는 설명이다.
매년 반복되는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 ‘품절 대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소비자 불만을 키우고 있다. 증정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고, 서버 불안과 과소비를 유도하는 구조, 굿즈 리셀 시장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오는 20일까지 ‘2025 여름 e-프리퀀시’를 진행한다. 음료를 구매할 때마다 적립되는 스티커를 총 17개 모으면 시즌 한정 굿즈 중 하나와 교환해 주는 이벤트다. 올해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와 협업해 멀티플백, 폴딩 체어, 타월 등 10종의 굿즈를 선보였다. 음료 한 잔 가격이 평균 6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굿즈 하나를 얻기 위해선 약 1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 같은 구조가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실제로 지난 2020년에는 굿즈를 받기 위해 음료 300잔을 결제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신 뒤 나머지를 버린 사례가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이후 스타벅스는 1회 최대 주문 수량을 20잔으로 제한했지만,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2021년 ‘오픈런’을 막겠다며 온라인 예약제를 도입했지만, 예약 과정에서 겪는 불편은 여전하다. 일부 인기 굿즈는 행사 종료일을 며칠이나 앞두고 품절되는가 하면, 예약 서버는 접속 지연과 튕김 현상이 반복된다. 원하는 상품을 예약하려면 수십 개 매장과 시간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접속에 성공해도 대기 인원이 수만 명에 달해 예약 성공 여부는 ‘운’에 달렸다는 불만이 나온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아침마다 일어나 ‘피켓팅’하는 것도 고역”이라며 “재고가 없으면 기간을 짧게 하든지, 물량을 넉넉히 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씨는 “2020년엔 새벽 6시에 여의도 매장 앞에 줄을 서서라도 받을 수는 있었다”며 “지금은 17잔을 다 마셔도 운이 없으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예약제로 전환한 뒤 시스템은 더 복잡해졌고,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며, 굿즈 접근성조차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굿즈를 받지 못한 일부 소비자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차라리 사는 게 빠르다’는 인식까지 퍼지면서, e-프리퀀시 굿즈는 이제 ‘리셀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멀티플 백과 폴딩 체어는 3만~5만원, 타월은 2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품목에 상관없이 한 개의 아이디당 7일간 최대 5개까지 사은품을 예약할 수 있도록 수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굿즈 마케팅이 단순한 브랜드 충성도 확보를 넘어, 리셀 수요까지 자극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벅스 측은 증정 물량을 늘렸지만, 수요 증가로 일부 품목에 예약이 몰렸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증정 물량을 80% 늘렸으나, 증정 속도가 두 배 이상 증가해 일부 인기 품목에 예약이 집중되고 있다”며 “향후 예약에 불편을 겪는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더욱 원활한 증정이 될 수 있도록 정교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