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면 조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내란 특검이 두 차례 강제 구인을 시도했지만, 서울구치소가 난색을 보이면서 인치 집행은 불발됐다. 구속 조사 기한 20일 중 엿새가 지난 현재, 특검은 수사 전략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5일 “오후 3시30분 기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인치 지휘는 집행되지 않았다”며 “출석 방식과 시기, 추가 인치 지휘 여부 등 여러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인치 지휘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특검은 앞서 지난 11일과 14일 각각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조사에 불응했다.
이에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조사실로 데려오라는 인치 지휘를 내렸지만, 서울구치소는 “전직 대통령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이행을 거부했다. 특검은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 교정 담당 공무원을 불러 지휘 불이행 경위를 조사했으며, 인치 지휘 불이행에 대해 서울구치소의 책임을 묻겠다고도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특검이 윤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해 구치소를 직접 방문하는 ‘옥중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대면조사가 목적이라면 장소는 본질적이지 않다”며 “과거 전직 대통령 두 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구치소를 방문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보는 임의수사 원칙과 기존 관행, 법리를 무시하거나 왜곡한 채 마치 강제 인치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처럼 피의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는 형사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전직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망신주려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만 특검은 방문 조사가 오히려 피의자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검찰총장을 역임한 전직 대통령이고, 누구보다도 형사사법 체계의 기준이 돼야 할 사람”이라며 “이같은 대응 방식은 고스란히 일반에 전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다른 특검 조사에서도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국민들이 특검에 기대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이는 형사사법 시스템과 원칙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동행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되나,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설령 ‘옥중 조사’가 추진되더라도, 윤 전 대통령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지난 1월 강제 구인을 포함한 구치소 현장 조사를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 결국 대면 조사 없이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 관계자는 “구속 기간 내 기소는 다양한 수사 방식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며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앞서 두 차례의 소환 조사 과정에서 △체포영장 집행 방해 △국무위원 심의권 방해 △비화폰 삭제 지시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외환 혐의 등 폭넓은 사안을 조사한 바 있다.
기소 시에는 우선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평양 무인기 투입’ 등 외환 혐의는 보강 수사를 거쳐 별도로 추가 기소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윤 전 대통령의 조사 불응은 향후 재판에서 양형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검은 “구속영장 발부 자체가 혐의 상당성을 인정한 것이며, 이는 기소 요건의 최소 기준을 충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