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료방송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홈쇼핑업계가 송출수수료 부담 확대와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수익 방어에 나선 유료방송사들이 홈쇼핑사에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의 중재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18조8042억원으로, 전년 대비 0.9%(1692억원) 감소했다.
이 중에서도 유료방송업계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종합유선방송(SO)의 지난해 매출은 1조6835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줄었고 위성방송은 4742억원으로 3.6% 역성장했다. 유료방송 3개 축 중에서는 IPTV만이 1.4% 성장해 5조7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종합유선방송은 76.5% 급감한 148억원, 위성방송은 7.2% 감소한 410억원을 기록했다. IPTV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1조6169억 원으로 35.9% 감소했다. 자산 규모 역시 모두 축소됐다. 종합유선방송은 1조5439억원으로 2732억원 줄었고, 위성방송은 5630억원으로 1370억원 감소했다. IPTV는 26조944억원으로 5516억원 줄며 자산 측면에서도 실적 둔화가 뚜렷이 나타났다.
홈쇼핑 “채널 영향력 떨어지는데…수수료 인상 부담”
유료방송 실적 악화는 홈쇼핑업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의 가입자 수가 줄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홈쇼핑사 입장에서는 주요 송출 채널의 영향력 자체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업계는 송출수수료 협상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유료방송 플랫폼들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송출수수료의 인상이나 최소한 현 수준 유지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홈쇼핑 업계의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2021년 60%, 2022년 65.7%, 2023년 71%에 이어 지난해에는 73.3%에 달했다. 홈쇼핑사의 매출은 정체됐지만, 송출수수료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상품 매출 증감, 유료방송 가입자 수 등의 정량 지표를 중심으로 산정된다. 여기에 채널의 영향력 등 정성적 요소도 일부 반영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업계 전반의 실적 악화가 추후 협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TV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수익 구조만 따지면 유료방송업계가 송출수수료 인상을 주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홈쇼핑 업계 상황이 더 심각해 사실상 ‘돈 나올 곳이 없는 상태’”라며 “수익이 줄고 있는 유료방송업계가 오히려 홈쇼핑사에 더 강한 비용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실적이 나빠진 만큼, 경쟁력 악화로 송출수수료의 절대적인 인상 폭은 일정 부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도 3~4개 사업자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협상 과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정부의 중재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출수수료 산정 시 가입자 수와 상품 판매액 같은 정량지표는 물론 각 업계의 매출과 실적도 반영되는데 정량지표의 수치들이 이미 정체된 상황인 만큼 수수료가 줄어드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특히 IPTV 업계가 인상 압박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 정체에 직면한 홈쇼핑 업계 입장에서는 협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료방송 “수익 구조 고착화”…정부 규제 완화 요구도
유료방송업계는 수익 구조 악화를 이유로 여전히 송출수수료 인상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IPTV를 중심으로 수수료 인상폭이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로, 향후에는 완만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는 TV 채널의 효용 가치가 낮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TV 채널이 홈쇼핑 매출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유료방송의 주요 수익 구조는 고착화된 상태에서 실적은 악화되고 있어,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PTV 업계 관계자도 “송출수수료는 가입자 수와 시청률 등 지표를 반영해 책정되기 때문에 유료방송 실적과 함께 일정 부분 인상이 이뤄진 것”이라며 “다만 최근 연간 수수료 인상폭이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인 만큼, 향후에는 급격한 인상보다는 점진적인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