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긴 하지만 수입 대부분은 네이버스토어나 지그재그 같은 온라인에서 나와요. 요즘처럼 사입가까지 오르는 상황에선 온라인 손님들한테 좀 더 싸게 팔 수 있게 해주면 주문이 늘 텐데….”
서울 구로구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평일 낮엔 매장 문을 닫고 온라인 주문 처리만 집중할 때도 많다”며 소비쿠폰 정책에서 온라인 판매처가 제외된 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나섰지만, A씨와 같이 이커머스와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사용처에서 제외돼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9일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계획’에 따르면 소비쿠폰 신청과 지급이 오는 21일부터 시작돼 내달 12일까지 약 8주간 진행된다. 1차 지급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45만원이 지급되며 2차는 오는 9월 국민 90%에게 10만원을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소비쿠폰은 고물가 여파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회복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소상공인의 평균 매출은 4179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12.9%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0.7% 감소했다. 특히 외식 전 업종의 경우 전기 대비 최대 13.6%, 전년 대비 최대 11.1%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비쿠폰 사용처가 공개되면서 기대와 동시에 실망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정부가 소비쿠폰을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전통시장, 동네마트, 식당, 의원, 학원 등에서만 사용 가능하도록 제한하면서다. 이커머스가 사용처에서 제외되며 해당 플랫폼에 입점해 영업 중인 소상공인들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창업 초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달 전문 매장으로 시작했는데 올해 유독 주문이 부쩍 줄었다”며 “배달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소비 활성화 대책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올해 발표한 ‘202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 기업체 수는 약 596만개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31.3%로 가장 많았고, 숙박·음식업이 14.7%로 뒤를 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올해 발표한 ‘202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은 약 596만 개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31.3%), 숙박·음식업(14.7%)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중 온라인 플랫폼 기반 소상공인의 규모는 별도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들 중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 수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온라인 채널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소상공인이 적지 않은 만큼, 이번 이커머스 사용처 제외를 두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관계자는 “상품을 직매입하는 농가 중 약 80%가 소상공인으로 추정된다”며 “물론 정부가 플랫폼 내에서 연매출 기준을 따로 구분해 적용하기 어려운 점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상품을 공급하는 농가나 수산업자 입장에서는 이번 제외가 아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오픈마켓에 입점한 업체 중 잘 알려진 브랜드도 있지만, 실제로는 중소 셀러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플랫폼 차원에서는 이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정부 정책상 수수료 구조나 운영 방식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로 인해 실질적인 지원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달앱 역시 사용처에서 제외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배달라이더가 가맹점 단말기를 들고 방문해 현장에서 결제하는 방식은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주요 배달앱들은 이를 활용해 쿠폰 사용 유도에 나섰다. 배달의민족은 사장님 사이트를 통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만나서 결제’로 사용 가능하다고 안내 중이며 요기요는 점주들에게 알림톡을 통해 사용법을 전달할 예정이다. 반면 비대면 결제만 운영하는 쿠팡이츠는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다만 근본 취지인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통한 전체 유통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선별이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소비쿠폰 정책의 핵심은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데 있으며, 사용처가 지자체에 한정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모든 유통업체를 포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대형 채널이나 입점 브랜드까지 포함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며 “지금은 소비쿠폰 정책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소비 회복과 자영업자 회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