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가 더 위험하다”… 국토부 ‘보이지 않는 위험’ 외면 [취재진담]

“지하가 더 위험하다”… 국토부 ‘보이지 않는 위험’ 외면 [취재진담]

화재·침수·싱크홀 반복에도…정보 비공개, 대피 매뉴얼도 깜깜

기사승인 2025-07-31 19:00:03
도시의 지하 공간인 지하도로와 지하주차장, 공동구는 도심의 효율성과 확장을 위해 전국 곳곳에 조성돼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최근 이 공간이 기후위기와 재난으로 위험지대가 되고 있다.

최근 정부의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하도로는 교통체증에 효율적이라는 순기능이 있고, 실제 방재·화재·침수에 대한 대비 공간이지만 실제 작동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법적으로 지하공간의 안전 관리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해당 시설물에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어느 위치에 무엇이 매설돼 있는지조차 일반 시민들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도로 아래 하수관, 가스관, 전력선, 공동구 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해당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는 한국도로공사 등 일부 기관에 한정돼 있고 정보는 비공개이다. 민간 전문가들조차 “이대로는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조차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몇 년 사이 충북 오송, 부산 등에서 지하차도와 주차장이 침수돼 수십 명이 숨졌다. 이 후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사고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침수 외에 지하 화재도 위험한 상황이지만 화재 시 대피 매뉴얼조차 존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충남 천안의 한 지하공간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지만, 소방 인력에 의존한 임기응변식 대응에 그쳤다. 지하공간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누구 책임으로 통제할지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다. 정작 소방 당국만 책임을 지는 구조라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지하 공간 참사 예방이 미흡한 근본적 문제는 국토교통부의 일관된 무관심 때문이다. 지하 공간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온 국토부는 정작 시설물 안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 실효성 없는 법만 있을 뿐, 감독·점검 체계는 유명무실하다.

지하 공간의 안전 문제는 결국 ‘공간 관리’의 영역인데, 지금은 편의성만 강조되고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없어 일반 시민들이 지하공간 재난·재해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하 공간의 시설물에 대한 국토부의 세심한 관리와 정보 공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