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장 리스크’ 직격탄…‘관세 쇼크·비자 문제’ 악재 겹친 현대차

‘美 시장 리스크’ 직격탄…‘관세 쇼크·비자 문제’ 악재 겹친 현대차

기사승인 2025-09-10 17:11:12 업데이트 2025-09-10 17:23:17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인근 수출 선적장에 수출차량들이 수출선에 오르기 전 대기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 리스크’ 직격탄을 맞았다. 기약 없는 관세 인하 시점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는가 하면 비자 문제로 촉발된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로 대미 투자 위축까지 악재로 작용하면서 업체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15% 관세가 이르면 내주 발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기존 27.5%인 자동차 품목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한국보다 먼저 관세 인하 혜택을 적용받게 됐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에 붙고 있는 품목 관세 인하 시점이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선 여전히 25%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한국이 먼저 약속을 이행하는 ‘행동’에 나서야 자동차 관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국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관세율 인하 조건으로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한‧미 양국이 아직 실무 협상 과정 중에 있어 관세 15% 인하 결정 시점이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일본이 한국보다 일찍 인하된 관세가 적용되면서,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하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일본 제품과의 가격 차이가 약 2000~3000달러로 벌어지게 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 당국의 ‘한국인 대규모 구금’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현대차의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포함한 총 475명이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같은 미국 당국의 전례 없는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이 공장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43억 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건설하고 있다. 당초 해당 공장은 올해 말 공사를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작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이번 사태가 비자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자 리스크 해결 없이는 공장 건설 차질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로 인해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선 현대차 전략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자 문제로 이번 사태가 발생하면서 기업의 미국 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한 기업의 현지 건설·생산은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관세 정책과 비자 문제로 인한 수출 불확실성과 대미 투자 위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미국발 관세·비자 리스크로 현대차를 비롯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업은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수출 불확실성과 대미 투자 해소를 위한 체계적인 경영 관리와 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는 기업의 경제적·법적 지원을 비롯한 안정적인 한미 관계 유지에 힘쓰면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