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WORK & PEOPLE]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WORK & PEOPLE]

기사승인 2025-09-10 14:03:07 업데이트 2025-09-10 14:03:36
김효신 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


지난 2019년 7월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신설된 뒤, 비밀누설 금지와 사용자의 조치 의무 강화 등의 보완을 거쳐 올해로 시행 6년 차에 접어들었다. 많은 괴롭힘이 해결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들어 제도의 남용 현상이 증가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괴롭힘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심리적, 언어적 폭력을 지속적으로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괴롭힘은 일회성이 아닌 특정 개인에게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단순한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는 반복적이고 장기간 이어지는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며,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법에는 구체적 판단 기준이 없어, 무엇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인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했는지 판단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건마다 괴롭힘 여부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다. 또한 현재 정의상 사소한 일회성 언행도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어, 상당수 신고가 감정적 호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는 두 얼굴이 공존한다. 하나는 반복적·지속적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손상이 확인되며 자료와 진술이 일관되는 진성 피해자이다. 또 다른 얼굴은 정당한 관리, 지시 및 피드백을 괴롭힘으로 포장하는 허위·과장된 악의적 신고다. 다만, 모든 오인 신고가 악의적 허위신고는 아니다. 법과 제도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착오형과 사실을 왜곡하고 증거 조작 정황이 보이는 악의형을 구분해야 한다.

악의적 신고에는 몇 가지 신호가 나타난다. △대량의 녹취·메신저를 제출하면서 사소한 표현까지 괴롭힘으로 부풀리는 경우 △조사 과정에서 핵심 진술이 수시로 바뀌는 경우 △목격자가 없는 상황만 주장하는 경우 △조사원 불신, 면담 기피, 과장된 피해 호소 등이다. 물론 이는 단순한 의심 신호일 뿐, 곧바로 악의적 신고로 단정할 수 없으며 심층 면담과 표준화된 기준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악의적 신고로 인해 진실 규명을 위한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조직엔 방어심리가 작용하여 모든 신고에 대해 의심하는 마음을 갖고 접근하게 된다. 그 결과 본래 구제 시스템은 무력화되고, 정작 보호해야 할 진성 피해자의 목소리는 묻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가짜 피해자들로부터 진성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떠한 정책을 구사할 수 있을까. 첫째, 취업규칙 등에 악의적인 허위신고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을 명확히 명시하여 무분별한 신고를 막아야 한다. 둘째, 허위신고로 인해 피해를 본 당사자가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음을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 지원을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신고를 의심하지 말고, 사실을 객관화한 조사 결과 착오형은 교육을 통해 교정하되, 악의형은 징계 등을 통해 단호히 억제하는 정책이야말로 진성 피해자를 가장 강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회사라는 조직이 오늘 어떤 기준과 절차를 택하느냐가 내일의 신뢰를 결정할 것이다. 

글·김효신 노무사
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