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여름은 1973년 이후 가장 덮고, 장마철 강수량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은 사회·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남겼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여름철을 앞두고 사전대비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발간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19일부터 7월27일까지 장마철 기간 동안 전국 강수량은 474.8mm로 평년(356.7mm) 대비 33.1% 많았다. 특히 여름철 강수 중 78.8%가 장마 기간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1973년 이후 장마철에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것으로 기록됐다.
장마철 강수는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리는 집중호우의 특성을 보였다. 1시간 최다 강수량이 100mm를 초과한 사례가 9곳에서 관측됐다.
이 같은 집중호우로 인해 7월 한달 동안 전국적으로 9447ha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891ha의 농경지 유실되거나 매몰됐다. 가축 피해는 102만2000마리에 달했다. 또한 전체 산사태 피해의 95%에 해당하는 167ha의 산지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었다.
기온 또한 예년보다 높았다. 지난해 여름철 평균기온은 25.6도로 평년보다 1.9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1973년 이래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다. 열대야 발생일수도 20.2일로 평년의 3.1배로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폭염과 열대야는 9월까지 이어졌다. 9월 평균기온은 역대 1위인 24.7도를 집계됐다. 여름철 폭염일수와 열대야는 각각 6.0일(평년 0.2일)과 4.3일(평년 0.1일)이 나타났다.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이어졌다. 7월부터 9월 사이 인삼, 레드향, 단호박 등을 포함한 3447.1ha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또 벼멸구생육기인 7월에서 9월 고온 현상으로 인해 총 1만7732ha의 벼 피해 발생했다.
해수면 온도도 17.8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인천, 경기, 전북을 제외한 대부분 해역에서 여름철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생물의 대량 폐사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1430억원에 달했다.
폭염은 인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여름철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가 운영된 지난해 5월20일부터 9월30일 사이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3704명으로 전년(2818명) 대비 31.4%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폭우와 폭염이 7월부터 9월 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 9일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여름철 자연재난 사전대비 점검 TF’ 3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17개 시도 및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유관기관이 모두 참여했다.
정부는 하천 하류지역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댐 사전 방류로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고, 저수지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하천 범람을 예방하기 위해 하천 준설을 비롯한 홍수방어 인프라를 확충하고, 하천 시설물과 공사장(점용허가 공사 포함)에 대한 안전 점검도 병행할 방침이다. 집중호우 시에는 하상도로와 둔치주차장의 출입을 신속히 통제하고, 지능형 CCTV를 활용해 하천 주변 위험지역의 사람과 차량을 감지하는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행안부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빈발하는 기상 이변으로부터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찾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기 전까지 여름철 안전관리 대책에 보완할 점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행안부는 앞서 지난 4월말 10개 민간기업과 함께 ‘무더위쉼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참여한 기업은 농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수협중앙회, 신한은행, 신협중앙회, 이마트 등이다. 이들 기업은 국민 생활공간과 가까운 영업·판매점 7820곳을 무더위쉼터로 추가 지정해, 전국 6만여 곳에서 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세종=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