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과 BYD가 압도적인 성장세로 1, 2위를 굳혔지만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전년보다 4.6%p 하락했다.
8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221.8GWh로, 전년 동기 대비 38.8% 증가했다. CATL은 84.9GWh(점유율 38.3%)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고, BYD는 37.0GWh(16.7%)로 2위를 차지했다. 두 업체의 점유율은 55%를 넘어섰다.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은 23.8GWh(10.7%)로 3위, SK온은 10.5GWh(4.7%)로 4위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7.3GWh(3.3%)로 7위에 머물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15.1%, 35.6% 성장했지만, 삼성SDI는 17.2% 감소했다.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8.7%로, 1년 전(23.3%)보다 크게 낮아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배터리 수요 감소가 국내 3사의 점유율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고객들의 배터리 수요 감소가 한국 배터리 업체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CATL과 BYD를 비롯한 중국계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내수 시장의 성장, 해외 진출 확대를 바탕으로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업체별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중국 CATL은 ZEEKR, AITO, Li Auto, Xiaomi 등 중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며 시장 1위 자리를 굳혔다.
BYD는 배터리와 전기차를 동시에 생산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지난해에만 약 4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올해에는 6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BYD는 중국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아시아 및 유럽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으며, 2024년 전기차 판매량은 4.14~4.27만 대로 집계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로 테슬라, 기아, 폭스바겐, 쉐보레 등에 배터리를 공급했지만, 테슬라향 배터리 사용량은 17.3% 감소했다. 폭스바겐 ID 시리즈, 기아 EV3, 쉐보레 이쿼녹스·블레이저·실버라도 EV 등에서는 판매 호조를 보이며 전체 배터리 사용량은 15.1% 성장했다.
SK온은 현대차그룹,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EV6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판매 회복, 폭스바겐 ID.7·ID.4의 판매 증가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삼성SDI는 BMW, 아우디, 리비안 등에 배터리를 공급했으나, 리비안 R1S·R1T에 타사 LFP 배터리 탑재가 확대되고, 아우디 Q8 eTron 판매 감소로 배터리 사용량이 줄었다.
이와 관련해 SNE 리서치는 “국내 3사는 미국·유럽의 보호무역 강화, 중국의 가격 공세, 주요 고객사 수요 변화 등 복합적 도전에 직면했다”며 “한국 배터리 산업이 복합적 환경 속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