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금고=지방은행’ 관행이 깨지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금고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장기간 지역 곳간을 책임졌던 지방은행 입지가 위태해졌다. 특히나 계약만기가 임박한 BNK부산은행은 금고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현재 부산시 1금고를 맡고 있다. 계약은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재계약을 하려면 경쟁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부산은행은 그간 시금고 입찰에서 무난히 우승했다. 그러나 최근 시중은행들이 입찰에 도전하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시중은행은 이미 부산에 진출해 있다. 부산시청 2금고는 KB국민은행이다. 구청의 경우 강서구청과 기장군청은 농협은행이 1금고를 맡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부산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광역시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시금고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수익 기반을 다질 수 있어서다.
1금고를 맡으면 지자체 금고 예치금 등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신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지자체 공무원을 상대로 손쉽게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은 막대한 협력 사업비를 제시하며 시금고를 따내려고 한다.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을 제치고 서울시 1금고가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자산규모에서 밀리는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사회공헌 등 자체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하는 실정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자산규모가 시중은행과 차이가 있다 보니 다른 걸 강조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은행이니까 사회공헌 등 지역을 위한 사업을 꾸준히 하는 게 우리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지방은행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지자체 금고지정 평가기준 가운데 해외신용평가기관 배점을 6점에서 4점으로 줄였다.
지점 수 배점은 5점에서 7점으로 늘렸다. 지점 수는 전국지점이 아닌 지자체 행정구역 내에 있는 지점만 평가하도록 했다. 지자체와의 협력사업 계획 항목은 4점에서 2점으로 줄였다.
지난 7월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방은행장들을 모은 자리에서 지방은행이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 운영방안을 고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