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송금종 기자] 대표 서민금융기관인 농협, 수협, 신협에서 굵직한 금융비리가 잇달아 터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 기관은 농어민 조합원의 자금 지원 통로를 맡고 있음에도 억대 자금을 유용·횡령하거나 불법 대출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농·수·신협 중앙회의 관리 책임 소홀과 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원의 제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상호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수협, 신협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당대출, 거래처 사적금전대부,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자금횡령 등으로 임직원에 대한 주의 및 경고, 견책 조치 등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조합이나 검사·관리 책임이 있는 농·수·신 증앙회에 대한 기관 제재는 한 건도 없었다.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조합이 제재를 받지 않은 이유는 관련법상 금감원이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며 “관련자를 고발하고 문책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했다”고 설명했다.
농협, 부당대출·회계장부 조작
충남 성환농업협동조합은 지난 2014년 5월말부터 9월 초까지 차주 B씨에게 토지(공장용지) 구입과 가계자금 용도로 총 12억9300만원을 대출해줬다. 당시 성환농협은 B씨의 연소득(3000만원)이 이자부담액(6200만원)보다 적어 채무상환능력이 의심스러운데도 대출심사위원회 구비서류인 대출사전검토표상에 상환계획을 적지 않는 등 심사를 소홀히 했다.
또한 성환농협은 공장용지 구입 명목으로 돈을 빌려주고도 부동산 매매계약서 및 사업자등록증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해당 농협은 결국 검사착수일인 지난해 4월 현재 5억9800만원이라는 막대한 부실을 떠안게 됐다.
이와 함께 성환농협은 자산건전성 분류 오류로 당기순이익을 1억여원 과대 계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말 결산 시에도 18개 거래처의 대출금 25건, 34억8600만원의 건전성을 잘못 분류해 대손충당금 8억2100만원을 과소 적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협, 조합자금 사적유용·대출 관련 서류 위장 관여
대전 목동신용협동조합에서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파출수납업무를 해오던 임직원 C씨는 지난 2012년 12월말부터 2015년 11월까지 시장 중도매인 등 7명의 금전대부 요청에 따라 모두 61회에 걸쳐 총 5억3900만원을 사적으로 대여하고 이자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신협에 근무하는 D씨도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0월 말까지 지인의 명의 예탁금과 정기예탁금 등 4건의 예금계좌를 개설해주면서 거래신청서를 작성하지 않고 실명확인증표 사본도 보관하지 않은 채 계좌를 개설하는 등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했다.
또한 해당 신협은 거래처의 자금력을 위장하는 것에도 관여했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5년 말까지 모 건설회사 대표 E씨 등 2명에 대해 17억원을 대출하고 이 자금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게 한 뒤, 이를 근거로 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협,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자금횡령
충남 서천서부수산업협동조합은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4개 거래처에 대해 본인 또는 제3자 명의를 이용한 수법으로 일반 운전 자금대출 등 40건, 총 71억2000만원을 대출해줬다. 해당 회사의 자기자본 47억10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는 관련법에서 정안 동일인대출한도(자기자본의 100분의 20 또는 자산총액의 100분의 1 중 큰 금액의 범위 안) 10억800만원을 초과해 대출해준 것이다.
또한 수협 임직원은 지난 2008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채무자 자필기재 대출거래약정서 및 담보설정서류 등 예금담보대출 시 요구해야 하는 서류도 없이, 본인과 다른 사람의 예탁금을 담보로 5억4000만원을 대출해 부동산 매입자금에 사용했다.
해당 신협 또 다른 임직원은 해당 수협이 지인에게 5000만원씩 4외에 걸쳐 총 2억원을 대출해주도록 알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해당 수협은 차주 상환능력을 검토하지 않고 신용등급을 평가자료 없이 7등급으로 임의 판정하고 토지 담보대출도 평가액 기준을 초과한 금액으로 과다 대출하는 등 대출 취급 및 사후관리도 소홀히 했다.
중앙회, 관리 뒷짐…금감원 “중요 사안 아니다 ”
지역 상호금융기관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충북 청주농협 직원이 10년간 쌀을 훔쳐 3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다. 2011년에는 가산금리에 손을 대 대출금리를 높여 예금자로부터 부당 이득을 챙긴 과천농협 조합장 등 3명이 구속됐다. 신협의 경우 대형 불법대출이 끊이질 않는다.
관련 비리가 속출하면서 중앙 감독기관의 관리 태도도 구설수에 오른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지역 조합이 개별 사업체라는 이유만으로 관리에 소홀히 대처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는 “지역 조합은 개별 사업체이기 때문에 제재 내용을 일일이 파악하고 답변드릴 위치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농업, 수산업과 모두 걸쳐 있는 문제라서 단적으로 얘기하기는 곤란하다”며 “중앙회가 일선 업무에 대해서 매번 관여할 수 없지만 필요하 직접 현장 검사하고 조치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조합 내에서도 현재 존립이라든가 문제는 안 될 거 같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필요 조치를 다 취했다”면서 “이들 조합에 대해 문제가 되는 것이지 이것이 사회적으로 엄청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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