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합병비율에 논란이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내부 회의를 통해 ‘찬성’ 의견을 결정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불과 한 달 전에는 ‘합병비율의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SK-SK C&C 합병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부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 의원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26차 투자위원회(2015.06.17.)에서 의결된SK-SK C&C 합병 관련 국내주식운용 의결권 행사(안)에 따르면, 당시 의결안건을 제출한 책임투자팀은 “SK주식회사와 SK C&C 간의 합병비율에 관해는 적법절차를 거쳤으나 최대주주가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이 정해졌다는 논란이 있어 기업가치 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부의하고자 함”이라고 안건을 제출했다.
이 의견에 당시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은 전원 원안에 동의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로 부의하게 됐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반대의견을 결정하게 됐다.
그러나 책임투자팀은 SK합병과 동일하게 합병비율에 논란이 있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SK합병 때와는 달리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책임투자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정 당시 2015-30차 투자위원회(2015.07.10.)에 제출한 국내주식운용 의결권 행사(안)에 따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해 모두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고 기금의 이익에 반하지 아니해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당시 투자위원회에 보고 된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합병비율에 대한 적정성에 대해‘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있다고 보고했을 뿐만 아니라 ISS와 CGS(기업지배구조원) 등 의결권행사전문기관과 딜로이트, KPMG 등 회계법인에서 다양한 합병비율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어 삼성물산 합병비율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을 책임투자팀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합병비율에 대한 논란은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었지만 기금운용본부 책임투자팀에서는 SK-SK C&C 합병에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부의의견을 제시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는 찬성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이로 인해 SK-SK C&C 합병은 외부위원회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반대’로 결정됐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내부위원회인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으로 결정됐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당시 이 의결안건을 작성한 책임투자팀의 팀장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과 함께 삼성그룹 이재용부회장을 비롯한 삼성물산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정춘숙 의원은 “합병비율의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SK-SK C&C 합병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부의’하기로 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불과 한달 만에 동일하게 합병비율의 논란이 있는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면 외압이 있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수사당국에서는 이 부분도 함께 철저히 조사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합병 찬성에 대한 외압의혹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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