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좋은 강하늘 [쿠키인터뷰]

사람 좋은 강하늘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25 09:58:40 업데이트 2025-07-25 10:50:53
배우 강하늘. 넷플릭스 제공


사람을 좋아해서 좋은 사람이 됐다. 어쩌면 좋은 사람이어서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겠다. 사실 전후 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떤 전제가 와도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은 옳아 보였다. ‘내 것’보다는 ‘같이’가 좋다는 배우 강하늘을 2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강하늘은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에서 노우성 역을 맡았다. 극중 노우성은 대출을 ‘영끌’해 집주인이 됐지만, 금리에 허덕이다 못해 ‘빚투’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코인에 손을 대고, 결국 제때 매도하지 못해 집도 잃게 된다. 동시에 절묘하게 층간소음과 엮이면서 사건들의 진실을 좇는다.

이 과정은 보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한데, 이때 강하늘은 노우성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는 끝내 노우성에게 공감하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짐작했던 바다. 아직도 체크카드만 사용한다는 그는 잠시나마 한탕을 꿈꾸는 인물과 결이 확연히 달랐다. 그럼에도 메소드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비법은 ‘이해’였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이런 역할은 굉장히 많았어요. 두 개 중 하나는 돼야 연기할 수 있는데, 우성이가 이해는 갔어요. 연기하면서 가장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부분은 올인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치열함인데, 그 치열함이 불이 꺼졌을 때 오는 처참함이랄까요. 그렇게 표현하면 많은 분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배우 강하늘. 넷플릭스 제공


당연히 재테크에도 관심이 없다. 한데 이유가 독특했다. 강하늘은 “기본적으로 내 것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고 고백했다. “아직 내 것을 소유하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내 것이 생기면 관리해야 하는데, 여기에 힘을 쓰는 게 귀찮더라고요. 집도 세 내면서 주인분이 관리해 주시는 게 편해요. 주변에서 재테크도 배우라고 하는데, 할 성격이 안 되네요(웃음).”

층간소음 경험이 있었지만, 작품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진 않았다. 남다른 그의 인류애 탓이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계시는 분들에 비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의자 끄는 소리나 잠깐 나는 ‘쿵쿵쿵’ 소리였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층간소음이 날 때 ‘세상에 나 혼자 살고 있지 않구나’ 하는 동질감을 느꼈거든요. ‘아, 위에도 사람이 살고 있지?’ 같은 생각이요. 안도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간 현장에서 쌓아온 내공이 ‘84제곱미터’를 비롯한 최신작들에서 보인다는 평에는 “예전에는 내가 괜찮은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연차가 쌓이면서 이 작품을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장의 바탕에는 ‘앙상블’에 대한 믿음이 자리했다.

“어릴 때는 내 캐릭터의 호흡만 생각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작품 전체를 봤을 때 느껴야 하는 템포 같은 것들이 있다면, 누군가가 호흡이 낮거나 템포가 쳐져 있으면 그걸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거든요. 이때 내 연기만 중요해서 내 호흡대로만 가면 앙상블이 무너져요. 저한테는 작품 안에서 앙상블이 가장 중요해요.”

더 나아가 숫자보다도 의미란다. 그 의미는 함께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것이 강하늘의 지론이다. “성적표에 대한 욕심은 이미 오래전에 내려놨어요. 그리고 저는 재밌게 찍었던 순간이 떠오르지, 관객 수는 기억에 안 남아요. 결과적으로 좋지 않더라도, 같이 만들 수 있는 현장이 좋아요. 그게 의미 있는 일 아닐까 해요. 연기자로서 흥행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닌데, 더 중요한 건 치열하고 재밌게 찍는 것 같아요. 다행히 항상 좋은 분들만 만났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