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유임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공개 칭찬과 '실용주의 인사' 기조가 맞물리며 유임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한 달여 만에 19개 부처 장관 임명을 마쳤지만, 금융위원장 인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김 위원장은 대선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한 달 넘도록 후임 지명이 이뤄지지 않아 유임 상태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차관급인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 부위원장 자리도 나란히 공석이다.
인선이 늦어지는 배경에는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둘러싼 정부 내 조율이 꼽힌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했던 금융당국의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관리·감독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에 맡기는 안이 유력하다. 기존의 금감원은 금감위를 보좌하는 민간공적 집행기구로 전환하고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선이 늦어지면서 ‘김병환 유임설’도 힘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금융위의 6·27 대출 규제 성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두 차례나 칭찬하면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이상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하루 뒤인 28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요 과열 지역에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집값 상승세도 둔화되는 등 효과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금리 규제 등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도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하며 칭찬했다. 금융위가 내놓은 대출 규제가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정책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직을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의 유임 사례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송 장관의 유임은 이 대통령의 뜻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인선 배경에 대해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실용주의 국정 철학에 따른 인선”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인사는 실용과 안정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 같은 기조가 초기 내각에 적용된 만큼, 금융위원장 인선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수장 인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선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정책 추진력 저하와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임이든 교체든 방향이 정해져야 조직이 움직인다”며 “금융 현안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경우가 많은데,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 정책 추진에도 속도가 나기 어렵고, 시장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