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호시절’이 저물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은행권의 핵심 수익원인 이자수익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축소하고, 수도권 주담대는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또 대출 한도 산정 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기준도 전날부터 본격 적용됐다.
현재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은 예대금리차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 2014년 34조9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59조3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국내은행이 벌어들인 총이익(65조3000억원) 가운데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8%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을 통한 수익은 절반가량으로 추정된다.
은행 내부에선 수익성 둔화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전체 이자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총량 축소로 인한 실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분기별로 목표에 맞게 관리해오던 은행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가계부채 총량을 약 20조원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조정폭을 1% 정도로 가정하면 가계부채는 18조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연간 20조원 정도 줄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5대은행(신한·KB·하나·우리·NH농협)의 하반기 대출 총량은 기존 4조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축소로 줄어든 이자수익을 메우기 위해 기업여신 확대, 자산관리(WM), 해외사업 등으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전략도 당장의 해법이 되긴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이나 WM 부문을 키우려 해도, 경기 둔화와 시장 위축 탓에 수요가 예년 같지 않다”며 “위험가중자산(RWA) 부담까지 고려하면 실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여신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고위험 차주에 대한 과도한 여신은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리스크가 낮은 대기업 중심으로 대출이 쏠리면서, 은행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 변화도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포용금융 확대, 사회 환원 등 공공성 강화 기조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은행법 개정안’에는 대출금리 산정 시 가산금리에 포함된 출연금·보험료 등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3조원 규모의 비용이 가산금리에서 제외돼, 은행권의 수익성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를 손대지 않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데다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절벽이 겹치면서 당분간 수익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여기에 가산금리까지 조정된다면 예대마진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