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신용 불량’ 1년새 29% 폭증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신용 불량’ 1년새 29% 폭증

자영업 과잉·경기 침체…지원 확대 두고 엇갈린 해법

기사승인 2025-04-30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50)씨. 올해부터 매출이 2~30%가량 줄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 대출 이자마저 제때 갚지 못해 3개월 넘게 원리금이 연체됐다. 김씨는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두 달째 생활비도 못 주고 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이젠 답이 안보인다”고 고개를 떨궜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서민 경제가 빚더미에 몰리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는 소득의 3배를 넘었고,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는 1년 새 30% 가까이 폭증했다. 내수 회복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는 14만129명에 달한다. 1년 전(10만8817명)보다 28.8%(3만1312명) 증가했다. 신용유의자는 90일 이상 장기 연체 등으로 신용정보원에 등록된 이들로, 금융거래 제한 등 불이익을 받는다.

특히 중장년층의 대출 상환 불능 상태가 두드러졌다. 60세 이상 신용유의자는 2만8884명으로 1년 전(1만9538명)보다 47.8% 폭증했다. 50대 증가세는 33.3%(1만113명)다. 40대(24.2%), 30대(17.9%)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국내 자영업자들은 평균 소득의 3.4배에 달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344.5%로, 비자영업자(220.0%)를 크게 웃돌았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저소득층(하위 30%)의 부채만 증가했다. 고소득·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줄어든 반면,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에서 135조3000억원으로  홀로 늘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출에 의존하는 저소득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 연체율도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3월 말 기준 카드대금·할부금·리볼빙·카드론 등 1개월 이상 연체율이 모두 상승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자영업 과잉·경기 침체…지원 확대 두고 엇갈린 해법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구조적 문제와 경기순환 요인을 지목한다. 대기업 중심의 경직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인재들이 자영업으로 대거 유입됐고, 과잉 경쟁과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19.8%에 달한다. OECD 평균(15.5%)은 물론 미국(6.3%)과 일본(9.9%)보다 높다.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자영업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의 대응은 자금 직접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최근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중 4조원 이상을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편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3조5000억원 규모의 손실보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표를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자영업은 이미 과포화 상태”라며 “구조적으로 수익이 나기 어려운 업종에 지원금을 퍼붓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산업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 역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단순한 현금 지원만 반복하면 부실 누적은 불가피하고, 금융권 건전성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극심한 내수 침체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위해 과감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최소 20조원 이상으로 추경을 확대하고, 지역화폐 발행이나 민생 회복 지원금 같은 내수 진작책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민과 청년,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과 지역 소비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코로나19 시기 총 60조원이 투입됐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극심한 내수 침체 상황에 준하는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며 “긴급 지원금을 통해 소상공인의 급박한 현실을 해쳐나가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