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일방적 의원급 의료기관 감염관리지침 하달한 정부 규탄”

의사단체 “일방적 의원급 의료기관 감염관리지침 하달한 정부 규탄”

기사승인 2020-02-13 01:00:00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의원급 의료기관용 코로나19 감염 예방 관리지침에 의사단체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당사자인 의원급 의료기관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침을 배포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감염관리자를 지정해 감염예방관리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국16개시도의사회는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대부분 의사 한 명을 포함한 소수 인력으로 운영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감염관리자를 별도로 행정 관리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환자 대기 구역이 과밀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의 환자 대기 구역은 접수대와 인접해 있고 협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 사이의 거리를 최소 1m 이상 유지하라는 지침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신고대상에 부합하는 환자가 확인되면 환자를 독립 공간으로 이동시키면서 다른 환자 및 방문객들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동선으로 이동하라고 하고 있지만 공간이 협소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의사단체들은 지침의 내용도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이뤄진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지침이 마련되고 발표되는 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던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지침이 질병관리본부와 감염관련학회들과 함께 마련했다고 들었다”며 “물론 전문학회 의견과 안은 존중되야 하지만, 지침의 영향을 받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 지침을 실제 지킬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장비나 준비가 필요하고 정부는 그 과정에서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를 미리 고민하지 않고 현장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지침을 발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지침이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감염병 확산에 대해 의료기관에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의도가 의문스럽다”라며 “공교롭게도 최근 정부는 메르스 사태 확산 책임을 삼성서울병원에 묻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법원이 병원의 메르스 차단을 위한 노력을 인정했음에도 복지부가 해당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지키기 어려운 지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의 의원급 의료기관은 현실에 맞지 않는 사례 정의에 따른 혼란을 감수하면서 마스크, 손 소독제 등과 같은 기본적인 위생용품도 개별 의료기관의 힘으로 어렵게 조달하면서 버텨나가고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또 확진자 발생으로 진료가 중단되면서 피해를 보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보상이나 지원 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더 이상 의료계의 협조와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라”며 “전폭적인 지원이 어려우면 최소한 먼저 양해를 구하고 존중의 태도를 갖추는 게 우선. 민간의료기관은 정부가 상명하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비현실적인 지침을 철회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전제로 한, 실현 가능한 지침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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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