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카드 해외서비스수수료 부과체계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카드업계는 이용금액에 국제브랜드 수수료를 더한 금액이 마치 원금인양 아무렇지 않게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고액 수수료를 납부해야 했다. 정부는 뒤늦게 수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내놨지만 늑장대응으로 인한 비난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12일 정부는 해외서비스수수료 산정체계를 일부 개선키로 했다.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산정할 때 해외카드 이용금액이 아닌 국제브랜드 수수료를 더한 값을 토대로 산정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수수료 부과 시 국제브랜드 수수료를 제외하도록 표준약관을 정비하고 각사는 홈페이지나 상품 안내장으로 수수료 부과체계를 안내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수료 산정 체계 개선으로 개인이 부과하는 수수료 절감 효과는 3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부과체계를 가지고 장기간 수수료 이익을 채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는 지난 2016년 발생한 해외 카드결제 금액 13조 원에 국제브랜드 수수료를 포함해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안내도 미흡했다. 카드사들은 단순히 ‘수수료가 있다’고만 할 뿐 정확한 산식은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을 포함한 19개 카드사들 중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만 관련 내용을 상품 안내장이나 청구서,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고 있었다.
문제는 업계 실무진조차도 수수료 산정체계 오류를 인지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업계는 해외 카드사들이 보낸 금액이 실제 원금인줄 알고 별 의심 없이 수수료를 부과해왔다고 응수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브랜드 피(pee)가 포함된 금액이 원금으로 인식되게끔 해외 브랜드사가 청구를 해왔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붙여서 산정했다”며 “여태 그렇게 해왔고 누구도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만행을 조장한 건 정부라는 비난도 나온다. 수수료 체계에 오류가 있었음에도 제 때 발견하지 않아 고객 수수료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산식 오류를 지난해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카드사의 안일한 태도에 소비자 피해만 속출하고 있다. 불공정한 관행이 해외 거래가 가능했을 때부터 점을 감안하면 그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각 카드사마다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달라 피해도 천차만별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해자 보상에 대한 대책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마땅히 가이드라인이 없었고 표준 약관에도 산식을 적어두지 않은 채로 방치 됐었다”며 “당국이 수수료 산식을 하나하나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인지하기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절감되는 금액 자체가 파급력이 크지 않다”면서도 “13조 원 중 3억 원은 적은 돈은 아니지만 불합리함을 희생하는 과정이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