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금융기관(BNK·DGB·JB)은 CEO 중심의 이슈가 많았다. BNK금융지주는 성세환 회장에서 김지완 회장으로 바뀌었다. DGB금융지주는 박인규 회장이 비자금 조성으로 입건돼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JB금융지주는 김한 회장이 광주은행장직을 내려놨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등 두 외국계은행장들은 성과를 인정받아 나란히 연임에 성공했다.
BNK ‘성’ 빈자리에 채운 ‘김’…백년위원회로 미래비전 제시
올 초 총수 부재에도 BNK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BNK금융은 성세환 전 지주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주가조작에 가담해 구속된 상황에도 상반기 최대 순익인 3307억 원을 달성하며 시장우려를 잠재웠다. BNK금융은 올해부터 조직 안정화를 위해 지주회장과 행장을 구분해 뽑았다. 김지완 후보가 박재경 회장 대행(현 지주 부사장)을 물리치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외부인사였던 김 회장을 놓고 ‘낙하산’ 갈등이 심했다.
새 출발한 BNK금융은 경영방침을 세우고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학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조직 내 미래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백년대계 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는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1년간 운영된다. 활동 결과는 내년 12월에 발표된다.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은 올해 빈대인 행장 취임 이후 조직안정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또한 내년도 사업 전략과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경남은행 등 나머지 계열사들도 사업구상을 하고 있다.
여직원 성추행 파문·회장 비자금 조성 등 악재…DGB ‘수난시대’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올해 위기를 맞았다. 대구은행 간부가 비정규직 여사원을 상대로 ‘갑질’ 성추행을 한 사건이 터지면서 리더십이 한풀 꺾였다. 박 회장은 곧장 사과를 하고 인권센터를 세우는 등 민심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곧이어 비자금 조성사건 주인공으로 밝혀지면서 리더십이 완전히 무너졌다. 박 회장은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약 31억 원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혐의로 현재 입건된 상태다.
박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 불고 있는 ‘적폐청산’ 바람에 가장 먼저 쓰러질 인사로 지목되기도 한다. 여직원 성추행 파문에 이어 CEO가 직접 개입한 범행이 터진 것도 적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서다. 박 회장이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경우 조직은 총수 부재를 감당해야 한다. 실적도 순탄치만은 않다. 지주는 올 상반기 1814억 원(연결)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0.9% 감소한 수치다. 1분기도 전년 대비 10.4% 감소한 909억 원의 순익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상황이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은 175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익은 같은 기간 9.1% 증가했다. 은행실적은 개선됐지만 비은행 부문이 저조해 전체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JB금융 상반기 최대실적…김한 회장, 지주에 ‘올인’
JB금융지주는 상반기 큰 성장세를 보였다. JB금융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5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올랐다. 내부에서는 회장과 광주은행장을 분리했다. JB금융은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김한 회장은 광주은행 인수 때부터 겸직했던 광주은행장직을 내려놨다. 송종욱 전 수석부행장이 광주은행장으로 선임돼 임무를 대신하고 있다. 계열사인 광주은행은 지난달 중국 무석시에 사무소를 열고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JB금융은 올해 별다른 잡음 없이 무난한 한해를 보냈다는 평이다. 반기 실적이 크게 오르면서 하반기 실적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주인사는 이르면 이번 주나 내주 초쯤 있을 예정이다.
박진회·박종복, 두 외국은행장 나란히 연임 성공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월 계좌유지수수료를 부활시켰다. 계좌유지수수료는 잔고가 부족한 통장에 한해 관리비를 받는 것이다. 씨티은행이 계좌유지수수료 도입 후 타행에서도 이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은행 측은 계좌유지수수료는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조건을 따지고 보면 수수료를 내는 고객은 거의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전략 일환으로 오프라인 점포도 통폐합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노조는 고용보장과 은행존립을 주장하며 점포통폐합을 막았다. 결국 노사협상 끝에 36개 점포를 남기는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됐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행내 굵직한 이슈를 한 몸에 짊어지고도 씨티를 지휘할 기회를 다시 잡았다. 박 행장은 지난 10월 연임이 확정됐다. 임기는 2020년 10월까지 3년이다. 박 행장은 지난 2014년부터 은행을 이끌어왔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도 최근 임기를 보장받았다. 박 행장은 지난 1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지었다. 임기는 내달 8일부터 2021년 1월까지 3년이다. 박 행장은 취임 후 실적과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SC제일은행은 실적이 나오면 영국 본사에 배당금을 보내는데 금액이 수천억 원에 달해 논란이 됐다.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는 임원 인사와 성과급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정작 직원 복지에는 뒷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고배당 논란은 SC뿐만 아니라 씨티도 포함된다. 두 외국은행이 국내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지적도 이런 이유에서 불거졌다. 하지만 행장들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철수설도 다시금 잠잠해졌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