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주최한 서민금융 취업박람회에서 우리은행은 은행권 중 유일하게 부행장이 참석했다.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사건으로 사임한데 따른 조치다. 행사에는 김홍희 부행장이 그의 빈자리를 채웠다.
8일 오전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금감원 등 서민금융 유관기관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서민금융 취업박람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를 위해 각 기관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행사 전 부스를 돌며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그 곁을 9개 은행장들이 지켰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경섭 농협은행장·김홍희 우리은행 부행장·박종복 SC제일은행장·함영주 KEB하나은행장·김도진 IBK기업은행장·윤종규 KB국민은행장·박진회 씨티은행장·이동빈 수협은행장 등이 그들이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가운데 유일하게 부행장이 참석했다. 이광구 행장이 지난 2일 채용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열린 국감에서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공채사원 신입사원 150명 중 16명을 금감원·국가정보원·고객 자녀와 친인척·지인 등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전 행장 빈자리를 김홍희 부행장이 메웠다. 예정대로라면 남기명 부문장이 왔어야할 자리이지만 남 부문장 또한 채용비리 사건으로 직위 해제된 상태다. 김 부행장은 우리은행 부동산금융그룹 부행장이면서 개인그룹 부행장도 겸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남 부문장이 개인영업전략부 임원이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겸직인 김 부행장이 대신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행장이 빠진 부스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은행권 합동 행사를 하면 행장들이 부스를 돌며 직원을 격려하는 훈훈한 광경이 목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우리은행 부스는 적막만 감돌았다.
오전 중에는 방문객이 적었다.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근처 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원이 고객을 가장해 자리를 지키거나 대신 상담을 받는 기이한 장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리은행 부스는 가짜 상담사진을 남기고는 곧바로 철수했다.
상담근무를 나온 우리은행 직원은 “(행장이 없어도) 어쩔 수 없다”며 “(하마평은) 내부에서 들리는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은행 측은 후임 인사 질문을 건네자 다른 직원이 대답을 저지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